문화일보: 사법감시센터, 憲法가치 지킴이 돼야
<포럼>
사법감시센터, 憲法가치 지킴이 돼야
게재 일자 : 2016년 07월 08일(金)
원문기사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70801073911000004
황성욱 변호사 이화여대, 로스쿨 겸임교수
지난 5일, 법조계의 반(反)헌법적·반자유적 활동을 비판하고 감시하겠다는 시민단체 ‘사법정의실현 국민감시센터’가 출범했다. 그동안 각계각층에서 법조계, 특히 사법부 일부 판사들의 반대한민국 및 반자유적 판결, 법리와 맞지 않는 튀는 판결, 막말, 정치적 행동 등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하지만 변호사 단체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본격적으로 사법부를 비롯한 법조계 전반을 대상으로 반대한민국적 활동을 감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일으킨 집단탈북 종업원에 대한 ‘인신구제청구’ 사건이었다.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피로 지켜낸 역사적 경험을 가진 우리 국민은 이들의 구제청구도 의아했지만, 단순히 법절차라는 이유로 심문기일을 잡은 법원의 결정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인권을 보장받아야 할 탈북 종업원들의 인권이 대한민국에서 침해되는 역설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법조계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30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의원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간에 오간 질의 답변을 보면 다시 한번 헌법(憲法)과 법조계 역할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김정은이 소송을 제기해도 소송법상 금지 규정이 없고 김정은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므로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은 법률적 형식 논리로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이 우리 헌법상 반란단체의 수괴이며 북한에 우리 법치의 규범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을 도외시한 답변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과잉된 민주주의라는 비판이 들릴 정도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는 더하다. 민주화 이후 검찰이 수사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소를 한다 해도 법원이 잇달아 무죄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사실상 법률이 폐지된 상황이다. 사실 민주화와 국가보안법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민주화 인사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 노선은 달라진 것이 없고, 북핵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체제와 존립의 문제가 달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판결을 보면, 사법부는 그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고 여전히 국가가 이유 없이 국민을 간첩으로 몬다는 특정 세력의 피해 의식을 공유하는 듯하다.
법조계 일각은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뿌리 깊고 고질적인 전관예우 문제부터 시작해 최근의 법조 비리 사건까지. 그러나 그에 대해서 누구 하나 변호사 자격이 영구히 박탈됐다거나 형사처벌을 제대로 받았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항상 우리는 문제 없다는 식의 오만함은 법조계의 또 다른 얼굴이다. 문제는 그런 일부 개인적 일탈에 대한 불신을 넘어 헌법과 체제 수호라는 법조의 기능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다. 헌법의 가치를 지키고 반대한민국 법조계 인사를 감시하겠다는 시민단체의 출범은 대한민국 체제의 마지막 보루는 법조계라는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시민단체 출범이 공정한 평가와 비판으로 뒷받침된다면 법조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재판의 독립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러나 재판의 독립이 헌법 가치로부터의 독립일 수는 없다. 대한민국으로부터의 독립은 더더욱 아니다.